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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수확한 Crocus sativus(사프란) 꽃송이에서 귀중한 세 개의 암술머리를 제거할 준비가 되었다. 이것이 사프란이다. 사프란은 위의 채소 타진 요리 등 일반적인 모로코 음식에 널리 사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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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윈 마을은 모로코의 안티 아틀라스 산맥의 건조한 수크타나 고원에 바위가 널린 마른 강바닥을 따라 있으며 장엄한 성곽 도시인 타루단투에서 동쪽으로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이다. 나무가 없고 물결치는 듯한 지형은 침식되고 광물이 풍부한 언덕들이 들쭉날쭉하게 마치 지질학적 지문처럼 새겨져 있다. 저 멀리 여기저기에 작은 마을에서 솟은 흰 첨탑이 보이고, 산마루에는 옛날 요새의 잔해가 보이기도 한다. 가을엔 해가 언덕 뒤로 일찍 사라지고, 해발 1,200미터에선 늦은 오후가 되면 금방 쌀쌀해진다. 희미한 불빛에서 마을 주변 언덕에 드문드문 있는 밭은 땅을 갈긴 했지만 심은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해마다 몇 주간은 아침에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괭이질한 갈색 밭에 라일락과 같은 색인 사프란 꽃이 밤사이에 신기하게도 기적적으로 개화한다. 꽃이 하나만 생기는 이 단정화의 꽃마다 연약한 꽃잎 안에 귀중한 실 모양의 빨간색 암술머리가 세 개 있다. 바로 사프란이다.
이 기간엔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대부분 여성 작업자들이 꽃잎이 열려 귀중한 사프란 실이 햇빛에 노출되어 시들고 색과 향기가 사라지기 전에 꽃을 딴다.
탈리윈 지역의 짧고 집중적인 수확 시기는 10월 말에 마을에서 동쪽으로 24km 떨어진 지역과 산 위로 1,500m 지역에서 시작되어 점차 가장 꽃이 늦게 피는 탈리윈 마을까지 내려온다. 수확 기간은 전체적으로 약 한 달이 걸리지만, 개별 밭에서는 10~14일이면 충분하다. (가끔 몇 년마다 날씨가 안 좋으면 기간은 더 짧아진다.)

2천 년 전에 로마 역사가 플리니우스(Pliny the Elder)는 Natural History(자연사)에 “사프란처럼 불순물이 많이 들어간 것도 없다”고 적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사프란은 시장에서 가장 많이 조작 또는 위조하는 향신료이며, 홍화 꽃잎이나 염색한 코코넛 섬유질부터 가루로 만든 사프란의 경우 심황까지 온갖 재료로 자르거나 교체한다. 사프란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믿을 수 있는 공급자에게 사는 것이다. 조작하기가 어려우므로 가루로 만든 것보다 실 모양의 사프란을 사는 것이 좋다. 밝은 빨간색이나 붉은 보랏빛을 띠는 길고 부러지지 않은 것이 좋다. |
지난 10년간 사프란 생산이 마라케시에서 많이 멀지 않은 하이 아틀라스의 서쪽 언덕에 있는 오리카 밸리, 페즈 남쪽의 미들 아틀라스에 있는 사과 생산 지역의 세푸르 및 이무저 칸다르, 리프 산맥의 셰프샤우엔, 북동쪽의 데브도우 등 모로코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이들 지역은 탈리윈 마을의 알뿌리를 사용하며 모로코 전체 생산량의 2% 정도를 차지한다.
탈리윈(인구 5천 명)은 모로코 사프란 산업의 수도이자 중심부이다. 이곳에 풍부한 화산토는 알뿌리 상태에 매우 중요한 배수가 잘되고, 사프란에 이상적인 건조하고 매우 더운 여름과 매우 추운 겨울이 사프란의 효능, 색, 향기를 더해준다. 사프란은 현지 베르베르족 문화와 매우 깊은 관계가 있으며 수백 년에 걸쳐 연마한 농업 기술을 통해 지역 주민들은 세계 최고의 사프란을 생산하는 노하우를 익힌다.
탈리윈 마을엔 대략 3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있으며 그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것은 수크타나 두 사프란 협동조합이다. 1979년에 설립되었으며 154명의 조합원이 소유한 1,098헥타르 중 275헥타르에서 사프란을 재배한다. (현지 농부들은 아몬드, 올리브, 채소, 방향성 허브도 경작한다.) 조합의 자흐라 타프라오우이는 2012년 수확기에 이 밭에서 말린 사프란 300kg를 생산했으며, 전체적으로 탈리윈에서 모로코 전체의 98%에 달하는 4,000kg을 생산했다고 말한다. 그 해 수확 시기에 비가 내려 날씨가 좋지 않았음에도 모로코의 사프란 생산량은 세계 4위였다. 놀랍게도 현재 탈리윈은 스페인의 세 배 이상을 생산한다.
사프란은 어떻게 이런 고립된 지역으로 들어오게 되었을까? 타프라오우이는 미소를 지으며 “여러 가지 전설이 있지만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탈리윈의 사프란에 대해 기록된 최초의 자료는 불과 240여 년 전인 1776년에 작성된 계약서이며 여기에서 zaafrane(자아프란)이 세 번 언급되었다. 하지만 현지 역사가들은 약 500년 전에 탈리윈에서 16km 정도 떨어진 절벽의 정상에 있던 커다란 agadir(곡물 저장고)에서 보리, 기름, 설탕과 함께 사프란을 저장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프란은 그보다 훨씬 앞선 최소한 9세기에 원산지인 그리스 또는 소아시아에서 단계적으로 모로코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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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as stankiewicz / look die bildagentur der fotografen gmbh / alamy |
모로코 사프란 산업의 중심지인 인구 5천의 탈리윈에서 옛날 요새가 식물 위로 솟아 있다. |
이집트와 수메르 같은 고대 문명에서는 사프란을 귀하게 여겼다. 구약성서에는 가장 귀한 향기 중의 하나로 나온다. “스파이크나드와 사프란, 모든 유향 나무와 함께 창포와 계피, 모든 최고 향신료와 함께 몰약과 알로에”는 솔로몬의 노래 중 한 사랑 시의 일부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아름다움을 부각하고 얼굴의 기미를 관리하고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사프란을 섞어 세수했다고 전해진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머리와 손톱에 물을 들이는 데 사용하고, 상쾌한 향기가 나도록 극장 주변에 향수처럼 뿌렸다. 서기 77년경에 출간된 37권 규모의 자연사에서 플리니우스는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사프란이 오늘날 터키 남동쪽 해안에 위치한 시실리아에서 생산한 것이라고 말하며, 달콤한 포도주와 혼합하는 것을 언급한다. 요리법을 담은 책인 De Re Coquinaria(요리에 관하여)에서 로마의 요리 작가 아피기우스도 포도주에 사프란을 더하고 멧돼지, 동물 내장 및 다양한 생선 요리를 위한 소스에 사용한다.
이안 헴필의 500페이지짜리 Spice Notes(향신료 기록)에 따르면 서기 900년경에 아랍 상인들이 스페인에 사프란을 소개했으며, 13세기에 십자군 전사들이 소아시아에서 알뿌리를 가지고 돌아오다가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에 들여왔을 수도 있다. 그로부터 100년 후에 영국의 에섹스 지역에서 사프란을 재배했다. 헨리 8세(1509–1547)가 집권하는 동안 사프란 생산 마을로 잘 알려진 치핑 월든(헨리가 1514년에 사프란 월든으로 변경)을 포함하여 나라의 몇 개 지역에 엄청난 부를 가져왔다. 헨리 8세 집권기엔 사프란에 다른 물질을 섞어 속이면 사형을 당할 수 있었다. (독일에선 화형에 처했다.) 영국에서의 사프란 재배는 400년간 지속된 후에 점차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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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윈의 사프란 수확은 보통 10월 말에 시작해서 한 달 동안 이어지지만 개별 밭은 7~10일 안에 수확을 끝낸다. 꽃봉오리 안에 있는 세 개의 긴 주홍색 암술머리가 사프란이다. 노란색의 짧은 수술은 꽃가루를 만들지만 너무 오랫동안 인간의 손에 길들어 인간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번식하지 못한다. 수확하고 채집하는 일은 거의 여성들이 한다. |
스페인은 수 백 년 간 세계 최고의 사프란 생산국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란이 세계 수확량의 96%를 생산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지원을 받는 크로커스 은행 프로젝트에 따르면 1970년대에 스페인의 사프란 재배 면적은 이란의 3,000헥타르의 두 배인 약 6,000헥타르였지만, 2005년엔 83헥타르로 줄었다. 하지만 스페인 농업부의 통계자료를 보면 최근 몇 년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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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프란은 꽃봉오리 밑을 꼭 집고 암술머리를 조심스럽게 뽑는 방식으로 손으로만 제거할 수 있다. 사프란 1kg을 얻으려면 14~15만 송이의 꽃이 필요하다. 꽃잎과 암술은 버린다. |
이란의 사프란 재배면적은 5만 헥타르로 급격히 늘었다. 이란의 파르스 뉴스 통신사는 2013년 초에 이란의 연간 사프란 생산량이 250톤이며 2021년까지 500톤 생산이 목표라고 보도했다. 이란은 대량으로 수출하는 스페인을 포함해 40개가 넘는 나라에 사프란을 수출한다. 파르스 뉴스에 따르면 이란에서 석유 이외의 수출품 중 사프란이 13.5%를 차치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란을 제외한 나머지 사프란 생산 국가를 살펴보면, 세계 2위 생산국은 인도의 카슈미르 지역(대부분 국내 소비)이며, 그 다음은 그리스의 마케도니아 서부 지방, 모로코, 스페인, 이탈리아, 터키 순이다. 그 밖에도 여러 나라에서 적은 양의 사프란을 생산하고 있다.

“[사프란]은 용도에 맞게 소량만 사용해야 한다. 과하게 사용하면 머리가 무거워지고 졸음을 유발한다”고 1649년에 나온 컬페퍼의 Complete Herbal(약초 도감)에서 경고한다. “어떤 사람은 갑자기 발작적으로 크게 웃으며 결국엔 사망했다.” 그렇게까지 과하게 사용하진 않겠지만, 요리할 때 사프란의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요리엔 적은 양(10~20개의 암술머리)이면 충분하다.
사프란을 추가하기 전에 사프란의 향과 색을 극대화하려면 암술머리를 볶아 분쇄하거나 따뜻한 액체에 담가 우려낸다.
볶으려면 작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묻히지 않고 중간불로 달군 다음, 실 형태의 사프란을 넣고 2~3분 또는 사프란 색이 한 단계 짙어지고 향기가 퍼지기 시작할 때까지 볶는다. 볶은 사프란을 접힌 종이 안에 넣고, 물기 없는 손가락으로 바깥에서부터 구기며 가루를 만든 다음 종이를 흔들며 접시로 옮겨 담는다. 또는 구워진 사프란을 프라이팬에서 막자사발로 옮겨 빻아 가루로 만든 다음 접시에 담는다. 막자사발에 물을 약간 넣고 흔들어 사프란 가루를 모두 거둔다.
물에 우리려면 120ml의 뜨거운 물에 사프란을 담고 20~30분 동안 우려낸다. 향이 진하고 밝은 금색의 액체를 요리에 넣는다. 암술머리는 버리거나 요리에 활용한다. |
가격은 비싸다. 2012년 수확기에 수크타나 두 사프란 협동조합은 사프란 1g 포장을 조합 사무실에서 32 모로코 다르함(약 3달러)에 판매했다. 이것은 1온스(28.35g)당 112달러, 1파운드(0.453 kg)당 1,800달러에 달하는 가격이다. 비싸긴 하지만 유럽, 중동, 북미 또는 마라케시의 수크(시장)에서 소비자가 이와 비슷한 최상급의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사프란을 구매하는 가격에 비하면 아주 적은 금액이다.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향신료를 재배하는 일은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자동화가 불가능하다. 현지 조합들에 따르면 탈리윈 마을 생산량의 약 90%는 소규모 농부들이 생산한다.
탈리윈 지역에서 심기 작업은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얕게 밭고랑을 파고, 양파 모양의 알뿌리(정확하게는 알줄기)를 약 한 뼘 간격으로 심은 후에 흙으로 덮는다. 10월 말이 되면 보라색 꽃송이들이 땅에서 올라오기 시작한다.
동이 트자마자 여성들이 재빠르게 밭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허리를 굽히고 아침의 쌀쌀한 기온으로부터 보호할 다채로운 색의 모직 스카프를 두른 채 꽃송이를 따고 다른 팔에 들린 바구니에 담는다.
바구니에 담긴 꽃봉오리를 집으로 가져와 커다란 탁자에 쏟은 후에 정말 고되고 반복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꽃마다 암수에 해당하는 밝은 주황색부터 붉은 보릿빛을 띠는 암술머리 세 개가 봉오리 바닥과 연결되어 있다. 약 25mm 길이인 암술머리는 윗부분에서 약간 벌어져 있지만, 밑부분에선 뾰족한 모양으로 모여있다. (꽃가루를 만드는 세 개의 짧은 노란색 수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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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서 추출한 사프란의 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햇빛에 널거나, 모로코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약한 열의 화덕에 올려놓고 원래 수분 함량의 20% 정도가 되게 말린다. |
귀한 암술머리를 제거하려면 꽃봉오오리 밑을 꼭 잡고 접힌 꽃잎 사이에서 사프란을 재빠르게 꺼낸다. 암술머리는 탁자의 접시에 담고 꽃잎과 수술은 그냥 바닥에 떨어뜨린다. 꽃잎이 의자 다리 주변에 쌓이면서 방 안에 강렬하고 이국적인 꽃향기가 풍긴다.
꽃 채취 작업과 마찬가지로 암술머리 제거 작업도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거의 여성들이 한다. 여성들은 긴 하루의 나머지를(종종 밤늦게까지) 탁자에 앉아 쉽지만 지루한 작업을 하며 보낸다. 내가 사프란 수확을 체험했던 이그리 마을의 우슈 가족은 현지의 구운 아몬드와 달콤하고 향이 좋은 사프란 차를 즐기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사프란의 풍미와 향을 강하게 하려면 말려서 수분 함량을 약 80% 줄여야 한다. 사프란 1kg을 얻으려면 14~15만 송이의 꽃이 필요하다. 모로코에서는 옛날부터 사프란을 햇빛 또는 방 안에 펼쳐놓고 말렸지만, 스페인에서는 스토브 위에 체를 놓고 사용했다. 공기 중에서 말리면 사프란의 풍미가 진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가열하면 더욱 강한 향이 나올 수 있다. 최근에 모로코에서 일부는 건조법을 스페인식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비율이 5%를 넘지 않는다”고 타프라오우이가 말한다. 적어도 당장은 거의 모두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여러 지역을 떠돌며 귀한 대접을 받았던 특성에 맞게 사프란은 전 세계 각지의 유명한 상징적인 요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프란은 마르세유 지방의 생선 요리인 부야베스, 스웨덴의 성 루시아의 날에 먹는 사프란 빵, 콘월 지역의 사프란 케이크 및 펜실베이니아 더치 사람들의 치킨 팟 파이에 금빛 색조와 달콤한 나무 향을 더해준다. 인도의 아이스크림과 달콤한 디저트 장식에도 사용되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아랍식 커피에 카더몬과 함께 사프란도 자주 사용한다. 사프란이 향신료의 여왕이라면 쌀은 여왕의 늠름한 부군과 같다. 이탈리아 북부의 risotto alla milanese(사프란을 첨가한 밀라노 방식 리소토), 스페인의 빠에야, 무굴의 비르야니, 이란의 폴로엔 모두 사프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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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윈 근처에 있는 사프란 광고 표지판이다. 지역의 사프란 농장 중 약 90%는 소규모 가족 사업이다. 홍보는 대부분 지역의 30여 개 협동조합이 담당한다. |
모로코에서는 양념장과 간 고기로 만든 케프타(고기 완자)와 양고기, 소고기 및 치킨 타진스(스튜)에 사프란을 약간 더하고, 특히 라마단 기간엔 케이크에도 사프란을 넣는다. 모로코를 대표하는 혼합 향신료인 라스 엘 하누트엔 항상 사프란이 들어간다.
당연히 탈리윈 지역의 주방에선 사프란을 더욱 자주 볼 수 있다. 디저트용 과일 샐러드에 가루로 만든 사프란을 약간 더하는 것처럼 간단하고 즉흥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겨울철 손님 접대용으로 가장 인기 있는 그 지역 특유의 사프란 차가 최고이다.
하지만 옛날엔 사프란의 가장 중요한 용도는 요리가 아니었다. 탈리윈에서 여성들은 사프란의 착색제를 콜처럼 눈 둘레를 그리는 데 사용했다. 탈리윈의 정보 센터이자 연구소 및 상점인 메디슨 두 사프란에 전시된 것을 보면 이런 용도가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고 악마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혼식 때에는 사프란으로 신부 얼굴에 그림을 그렸다. 지역의 공예가들은 사프란으로 카페트를 만들 양모를 염색했다. 남쪽의 일부 마을에서는 향나무 천장을 착색하는 데 사프란을 사용했다.
가장 중요하게는 폐경기, 우울증, 만성 설사증과 같은 여러 가지 가벼운 증상을 치료하고 해독제로도 사용했다. 압델라이 시젤마시의 권위 있는 Les plantes médicinales du Maroc(모로코의 약용식물)에는 사프란을 각성제, 강장제 및 진정제로 사용한다는 내용이 있다. 사프란은 식용을 돋우며, 가루로 갈아 꿀과 섞어 아픈 잇몸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면 진통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말 벨라카다르도 Plantes médicinales au Maghreb et soins de base(마그레브 지역의 약용식물과 기본 관리)에서 비슷한 조언을 하며 젖니가 나는 갓난아이를 위한 사프란 시럽 조리법을 제시한다.

수백 년간 스페인은 세계 최대 규모의 가장 유명한 사프란 생산국이었다. 고원 지대의 라만차 지역에서 생산한 사프란은 요리사들이 세계 최고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실제 스페인산 사프란은 거의 없다. 스페인의 엘 파이스(El País) 신문은 2010년에 스페인이 사프란 190,000kg을 수출했지만, 그 해 스페인 땅에서 생산된 사프란은 1,500kg밖에 안 된다고 보도했다. 즉, 판매된 “스페인산” 사프란 중 실제 스페인에서 생산된 것은 1% 미만이었다. 스페인은 그 나머지를 이란, 모로코, 그리스 등에서 수입하고 다시 포장한 뒤에 재수출한다.
물론 진정한 스페인산 사프란도 구할 수는 있다. 포장에 인쇄된 작은 활자를 읽거나 한쪽에 빨간색과 노란색의 테두리가 있는 보라색 꽃 위에 말에 탄 돈키호테의 모습을 펜과 잉크로 그린 공식 원산지 증명 로고를 찾는다. 이 로고는 진품 여부 및 품질을 보증한다. |
유럽의 생산량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지만 유럽의 사프란은 명성이 높으며 법으로 보호된다. 유럽연합은 “크로코스 코자니스”라고 불리는 그리스의 “빨간 사프란”, 이탈리아의 “자페라노 델라퀼라”, 스페인의 “아사프란 델 라 만차”에 “원산지 명칭 표기”를 지정했다.
최근 탈리윈에서도 지역의 가장 유명한 상품을 모로코 밖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가을의 사프란 축제와 공정무역 증명서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카페와 제휴도 맺었다. 유엔 식량 농업 기구(FAO)는 슬로 푸드 같은 그룹 및 탈리윈 지방 정부와 함께 탈리윈의 사프란에 지역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규제가 엄격할수록 제품의 진품 여부, 따라서 품질까지 더욱 잘 보증할 수 있다. FAO의 에밀리 반데칸데라레는 “모로코 정부가 자체적으로 원산지 명칭 및 지리적 표시를 개발”했으며 이는 “유럽연합의 PDO[원산지 명칭 보호]에 맞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2008년의 법률에서 다소 약한 PGI(지역 표시 보호)도 소개되었다. 현재 탈리윈의 35개 사프란 협동조합 중 25개가 보호 상태를 지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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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도 사프란을 생산하며, 지중해 연안의 발렌시아 음식으로 쌀을 바탕으로 하는 요리인 빠에야에 전통적으로 사프란을 넣었다. 장작불에서 빠에야를 요리할 때 냄비의 밑바닥에서 조심스럽게 쌀을 구우면 이 음식의 또 다른 중요한 풍미가 전해진다. |
원산지 지정으로 현지 수확물의 가치가 높아졌다. 2006년에 탈리윈의 사프란 판매 가격은 그램당 8다르함이었지만, 지금은 30~50다르함이다. 세계적으로 가격이 상승한 이유도 있지만, PDO 지위의 영향도 있다고 모로코 아가디르에 있는 Institut agronomique et vétérinaire Hassan ii의 교수인 라센 케니는 말한다. “하지만 생산자 협동조합과 지역 위원회가 추진한 공격적인 홍보 전략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반데칸데라레는 “상품이 유럽연합 회원국에서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증명서를 요청하는 것”이 다음 단계라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생산자들은 중간 상인 없이 대형 유통업체 및 소매 상인들과 직접 거래할 수 있어 지역의 수입이 늘어난다. 유럽의 지원을 받는 PDO 역시 탈리윈 지역의 땅과 전통에 매우 깊숙이 자리 잡은 사프란의 고유성을 확인해주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민트 차는 모로코의 대표적인 음료이지만, 탈리윈 지역에서 특히 손님을 접대용으로 겨울에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사프란 차이다. 사프란 차는 진하고 달콤하고 향이 풍부하다. 다음은 사프란 수확 철의 한 늦은 오후에 오베어지 두 사프란의 위층 거실 중 한 곳에서 마흐푸드 모히디네가 사용한 방법이다.
- 한 주전자, 4인분
- 사프란 암술머리 10개와 장식용으로 잔당 1~2개
- 건파우더 찻잎 1테이블스푼
- 설탕 2~3테이블스푼
10개의 사프란 암술머리를 가루로 만들어 내열 주전자 또는 냄비에 담고 찬물 720ml/3컵을 더한다. 물이 끓으면 불을 끄고, 1분간 사프란을 우리며 물을 식힌다. 주전자에 찻잎을 더하고 약한 불에서 5분간 끓인다. 불을 끄고 설탕을 넣고 젓는다.
유리잔과 주전자 사이를 몇 번 번갈아 차를 따르며 섞는다. 진한 금빛의 캐러멜색이 된다. 맛을 보고 취향에 따라 설탕을 추가한다. 투명한 찻잔에 차를 담고, 각 잔에 사프란을 1~2개 넣은 후 뜨거울 때 대접한다. |

마라케시 최초의 고급 호텔이자 최고급 음식점인 라 메이슨 아라베의 정교한 타진 요리는 특유의 달콤하고 짭짤한 맛의 조화를 사용하여 마라케시 주변 감귤 농장의 풍요로움을 끌어낸다.
- 4인분
- 부드러운 버터 1티스푼
- 생강가루 1티스푼
- 라스 엘 하누트 ½티스푼
- 계핏가루 ½티스푼
- 심황 ½티스푼
- 새로 간 백후추 ¼티스푼
- 실 모양 사프란 한 줌(넉넉히)
- 소금
- 올리브유 2테이블스푼
- 뼈가 포함된 양다리 1kg, 약 8조각으로 절단
- 계피 스틱 작은 것 1개, 반으로 절단
- 중간 크기 붉은 양파 1개, 잘게 썰기
- 신선한 오렌지 주스 2테이블스푼
- 꿀 1테이블스푼
- 발렌시아 오렌지 1개, 씻은 것
- 설탕 50g/¼컵
- 클로브 8개
- 볶은 참깨 1티스푼(장식용)
타진 냄비, 내화성 강한 냄비 또는 크고 무거운 스튜 냄비에 버터, 생강, 라스 엘 하누트, 계피, 심황, 백후추, 사프란을 넣는다. 소금으로 간한다. 올리브유를 넣고 잘 섞는다. 양념에 양고기를 한 조각씩 넣고 표면에 골고루 묻힌다. 계피 스틱 반 조각을 넣고 잘게 썬 양파를 위에 뿌린다. 중간 불에서 뚜껑을 닫고 약 15분간 익히면서 양고기가 갈색이 되고 양파가 부드러워질 때까지(눌어붙지 않게 주의) 가끔 양고기를 뒤집는다. 물 240ml/1컵을 더하고 뚜껑을 살짝 덮은 상태로 가끔 지어주면서 중간 불에서 45분간 익힌다. 물 120ml/½컵과 오렌지 주스 1테이블스푼을 넣고 고기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약 45분간 익힌다. 필요에 따라 물을 더 넣어 소스를 묽게 하거나 뚜껑을 열고 증발하게 하여 소스를 조린다. 꿀을 넣으며 휘젓고 뚜껑을 연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5분간 더 익힌다.
한편 오렌지 껍질을 까고 알맹이를 따로 둔다. 칼로 껍질의 흰색 심 부분을 긁어낸다(조금은 남겨둠). 껍질을 약 3mm 폭의 매우 가는 줄 모양으로 길게 자른다. 작은 냄비에서 물 120ml/½컵을 끓인다. 줄 모양으로 자른 오렌지 껍질과 약간의 소금을 넣고 2분간 끓인다. 물을 따라 버리고 냄비를 헹군다. 오렌지 껍질을 다시 냄비에 넣고, 물 180ml/¾컵을 넣고 끓인다. 설탕, 남은 계피 스틱, 클로브를 넣고 휘젓는다. 액체가 시럽 형태로 되고, 껍질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정도가 될 때까지 약 20분간 끓인다. 나머지 오렌지 주스 1테이블스푼을 넣으며 휘젓고, 불을 끄고 식힌다.
따로 둔 오렌지의 흰색 심 부분을 잘 드는 칼로 잘라낸다. 알갱이를 분리하는 막을 따라 조심스럽게 자르며 제거한다. 오렌지 알갱이를 낮은 그릇에 담고, 숟가락으로 냄비의 시럽을 오렌지에 붓는다. 음식을 낼 준비가 될 때까지 시럽이 스며들게 한다. 양고기를 4개의 접시에 나누어 담고, 그 위에 소스와 오렌지 알갱이, 설탕에 절인 오렌지 껍질을 뿌린다. 참깨를 살짝 뿌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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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코엘러(www.jeff-koehler.com)는 작가 겸 여행가, 사진가, 요리사이다. 다수의 신문과 잡지에 기고해왔으며, 2010년 최고의 요리 칼럼에 선정되기도 했다. Morocco: A Culinary Journey with Recipes(모로코: 음식 기행)을 포함해 4권의 요리책을 집필했다. 신간은 Spain: Recipes and Traditions(스페인: 조리법과 전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