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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스킬 실험 과수원의 피스타치오 나무는 식물학자들이 케르만과 기타 새로운 피스타치오 품종을 계속 연구하는 데 사용된다. |
1957년 캘리포니아주 치코의 한 작은 실험 과수원에서 상업용 견과류 생산자들에게 이란이 원산지인 케르만이라는 유망한 새로운 피스타치오 품종을 배포했다.
미국 농림부는 캘리포니아주 센트럴밸리의 비옥한 토지에서 케르만이 잘 자라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2013년까지 케르만은 10억 달러 규모의 농업이 되었으며, 한때 특별한 식품이었지만 지금은 흔한 가정용 간식이 되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피스타치오 전문가 루이스 퍼거슨은 캘리포니아의 케르만 피스타치오 나무가 “20세기의 가장 성공적인 작물 도입 사례”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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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에 씨앗을 가져온 이란 도시의 이름을 딴 케르만 피스타치오는 알맹이 크기가 비교적 크고 60~75%가 껍질이 쪼개져 있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로 적합하여 캘리포니아 생산자들에게 최고의 작물이 되었다. |
사람들은 약 9천 년 전부터 피스타치오를 즐겨 먹었으며, 성경의 창세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43장11절). 이라크 북동부에 있는 자르모의 고대 유적지에서는 일찍이 기원전 6750년부터 야생에서 피스타치오를 채집하여 먹었다는 증거가 나왔다. 그 후 중동과 지중해 지역에서 중요하고 특별한 식품의 원천이 된 피스타치오 나무는 수천 년간 널리 재배되었다. 그리스에는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 이후에, 이탈리아에는 서기 1세기 티베리우스 황제의 통치 기간에 피스타치오가 소개되었다. 이슬람 문화가 확산되고 이와 동시에 십자군과 베네치아 사람들이 시리아와 해상무역을 함에 따라 지중해와 유럽에 피스타치오의 재배와 요리가 더욱 확대되었다.
경작되는 피스타치오 나무(피스타치아 베라)는 옻(sumac), 옻나무(poison oak), 덩굴옻나무(poison ivy), 망고 등과 함께 옻나무과(캐슈과)의 일종이다. 피스타치오를 재배하려면 건조하고 더운 긴 여름과 뿌리를 식히기 위한 겨울이 필요한데, 이는 꽃가루를 만드는 수나무와 열매를 만드는 암나무가 따로 있음을 의미한다. 피스타치오는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이며 지금도 이란 북동부, 아프가니스탄 북서부,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즈스탄의 일부 지역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The Oxford Companion to Food의 저자인 앨런 데이비슨에 따르면 피스타치오 나무는 과실이 많이 열리는 해와 많이 열리지 않는 해가 격년으로 반복되며, 열매는 “망고 축소형 같은 모양의 작은 건과(乾果)이며 다발로 자란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피스타치오는 독특한 색상과 순하지만 특이한 맛 때문에 언제나 기타 견과류보다 가격이 3~4배에 달하는 고급 식품이었다. 일반적으로 소금 간을 하여 볶아 디저트로 먹는다. 또한 달콤한 요리와 풍미가 있는 요리에서 모두 고명이나 장식으로 종종 사용된다. 예를 들면 몇몇 최고급 필라프 요리에 사용되며, 유럽식 파테(Pâté) 및 브론(Brawn)에서는 슬라이스 형태로 사용되어 매력적인 녹색 점이나 조각처럼 보인다.”
서양에서 피스타치오를 사용한 가장 일반적인 음식은 유명한 이탈리아 소시지인 모르타델라이다. 반면에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는 피스타치오 열매가 달콤한 디저트 재료로 많이 사용되며, 아이스크림, 프랑스식 마카롱, 바클라바, 할바, 로쿰(lokum)(터키쉬 딜라이트), 비스코티 등에 아작아작 씹히는 질감과 풍미를 더한다.
미국에서는 새로 설립된 정부의 신규 작물 도입 부서가 1805년에 공식적으로 피스타치오 나무를 최초로 도입했지만, 100년이 훨씬 지난 후에야 실용성 있는 상용 작물로 개발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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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꼬리표는 케르만 “어미나무”에서 꺾꽂이하여 현재 울프스킬 과수원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를 표시한다. |
1909년 미국 농무부는 캘리포니아 센트럴밸리의 광대한 농업 잠재력을 개발하기 위해 치코에 신규 작물 도입 연구소를 열었다. 20년 후인 1929년에 미국 농무부는 식물 전문가인 윌리엄 E. 화이트하우스를 페르시아(현재 이란)에 파견하여 연구소에서 사용할 피스타치오 씨앗을 수집하게 했다. 그는 9킬로그램(20파운드)에 달하는 다양한 종의 씨앗을 가지고 돌아왔다. 1930년에 치코 연구소 소장인 로이드 졸레이는 센트럴밸리 환경에서 각 품종의 재배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해 현장 테스트를 시작했다. 피스타치오 나무는 열매를 생산하기까지 7~10년이 걸리기 때문에 졸레이와 그 팀은 20년 후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었다. 화이트하우스가 가져온 씨앗을 심어 재배한 3천여 그루의 나무 중에서, 단일 품종 씨앗으로 재배한 한 종류의 나무들이 가장 잘 자랐다. 화이트하우스가 씨앗을 수집한 곳 근처인 현대 이란의 중앙 고원에 있는 도시 이름을 따 1952년에 이 품종의 이름을 케르만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1957년에 상업용으로 과수원에서 시험해보도록 배포하였으며, 오늘날 캘리포니아에서 재배하는 모든 상업용 피스타치오 나무는 하나의 “어미나무”에서 나온 것이다.
필자는 그 어미나무를 찾아보기로 했다.
몇 달 후 치코를 방문한 필자는 1967년에 폐쇄된 연구소의 방치된 과수원에서 거의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다. 식물들이 무질서하게 우거져서, 실험용 피스타치오 과수원이라기보다는 서식지 복구 구역 같았다. 46년간 자란 덤불을 헤치며 남아있는 피스타치오 나무를 나타내는 금속 ID 꼬리표를 찾아다녔다. 찾아낸 몇 개의 꼬리표는 대부분 손상되거나 글씨를 읽을 수 없는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꼬리표 세트가 두 종류 있었는데 각 세트의 수열이 달랐으며, 더 오래된 꼬리표 번호 목록은 일부분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열과 번호 순으로 나무를 심었지만 개별 나무의 위치를 파악하기란 불가능했다.
1992년에 이전 연구소의 과수원을 인수하여 지금은 약 130개 품종의 번식 및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치코 유전자원보존센터의 현장 관리자인 로빈 시빌로가 복사해준, 손으로 그린 오래된 지도를 들고 어미나무를 찾아 나섰다. 지도와 몇몇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피스타치오 나무를 찾아보았다. 아직 살아있다면 83살이 된다. 피스타치오 나무의 수명은 100~150년이므로 조심스럽게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지도에는 케르만 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10열의 맨 위에 수나무와 암나무가 나란히 있었다. 하지만 지도는 축척 비율에 맞게 그려지지 않았으며 북쪽 표시도 없었다. 마침내 지도의 하치야 감나무를 찾아내 이어져 있는 늙은 굴참나무까지 간 후에 오른편으로 꽃이 만발한 꽃사과 나무를 두고 모든 캘리포니아 피스타치오의 어미나무를 찾아 남쪽으로 향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농업지도소의 댄 파르피트는 과수 재배 전문가이다. 피스타치오 연구 및 실험 재배 전문가인 그는 1983년 이후로 오리지널 케르만 나무를 본 사람이 없다고 말해주었다. 그 무렵에 캘리포니아주 치코에서 남쪽으로 160킬로미터(100마일) 떨어진 윈터스 근처의 울프스킬 실험 과수원에 있는 나무 열매, 견과 작물 및 포도 국립 유전자원 보존원에서 미국 피스타치오 컬렉션 복제 및 복구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치코의 거의 모든 피스타치오 나무를 꺾어 꺾꽂이를 했던 것이다. 그 당시 오리지널 케르만 나무의 나이는 50살 정도였다. 따라서 이동하기엔 크기가 너무 컸을 것이므로 아직 살아있다면 치코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전에 울프스킬 과수원을 방문했을 때 관리 연구 팀장이자 원예가인 존 프리스가 약 750개에 이르는 미국 피스타치오 컬렉션을 모두 보여주었다. 여기에는 10개의 서로 다른 종과 중동, 그리스, 중국, 이탈리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파키스탄, 튀니지 및 그 밖의 몇몇 국가에서 들여온 여러 가지 품종이 포함되어 있었다. 피스타치오의 일부 품종은 식용이 아니라 추출물로 테레빈유 또는 매스틱을 만들 목적으로 사용되며, 특히 가을에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의 단풍이 아름다운 황련목(Pistacia chinensis) 등 조경수목으로 도시 경관에 적합한 품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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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어 묘목장의 앤디 슈웨이카트가 과수원 확장을 위해 생산자들이 사전 주문한 약 89만 그루의 피스타치오 묘목 중 하나를 들고 있다. 피스타치오는 현재 미국에서 아몬드 다음으로 가장 가치 있는 견과 작물이다. |
프리스에게 그의 컬렉션 중 케르만에 관해 물었다. 크기로 봤을 때 꺾꽂이로 번식된 것이 분명하며 나이는 25~30살 이하였다. 그도 어미나무가 아직 살아있다면 예전 치코의 실험 과수원에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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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타치오 나무는 곤충이 아닌 바람에 의해 수정된다. 피터스 품종의 수꽃(왼쪽)이 케르만 암꽃(오른쪽)과 시기가 가장 잘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
케르만 나무는 1950년대에 소개된 이후 1960년대와 70년대 초 생산자들에게는 신기한 식물이었다. 1976년에는 68만 킬로그램(150만 파운드)을 생산했다. 1979년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의 인질 억류 사건에 맞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규모의 피스타치오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이란에 제재를 가하면서 미국의 피스타치오 산업은 급성장했다. 여러 가지 제재 조항 중에 피스타치오 수입 금지도 포함되었다.
치코의 첫 케르만 암나무에서 시작되어 오늘날 센트럴밸리의 10만 헥타르(25만 에이커)가 넘는 면적에서 피스타치오가 재배되고 있다. 헥타르당 270~360그루가 있으므로 약 3천1백만 그루에서 미국산 피스타치오의 98%가 생산된다. (나머지 2%는 애리조나주와 뉴멕시코주에서 생산된다.) 2010년에 2억 4천만 킬로그램(5억 2천 8백만 파운드)을 수확한 캘리포니아주는 그때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국이었던 이란을 앞질렀다. 올해 수확량 규모가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초과하면서 피스타치오는 호두를 제치고 미국에서 아몬드 다음으로 가장 가치 있는 견과류가 되었다. 따라서 피스타치오 과수원의 헥타르당 평균 가치는 75,000달러이며, 생산자들은 시장 확대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어서 피스타치오 재배 면적을 해마다 4,800~6,000헥타르(12,000~15,000에이커)씩 늘리고 있다.

미국 피스타치오 생산자 협회 사무국장인 리처드 마토이안은 2017년까지 수확량이 3억 6천만 킬로그램(8억 파운드)을 넘을 것이며, 세계 시장도 충분할 것으로 예상한다. 캘리포니아 피스타치오 위원회에 따르면 생산량의 65%가 주로 중국과 유럽으로 수출된다. 중국은 연간 소비량이 7천7백만 킬로그램(1억 7천만 파운드)으로 피스타치오 최대 소비국가이며, 캘리포니아 생산자들은 이런 수요의 급격한 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여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케르만이 모두에게 완벽한 작물은 아니다. 케르만 열매는 크고 단단하며 맛이 좋지만, 많은 전문가는 시칠리아산 피스타치오 나폴레타나가 세계에서 가장 맛과 모양이 좋은 피스타치오라고 평가한다. 물론 이에 동의하지 않고 터키의 우준 또는 크르므즈, 시리아의 레드 알레포, 이란의 몸타즈 또는 칼레가우치를 최고 피스타치오 품종으로 꼽는 다른 국가의 전문가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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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나무과의 일종이며 옻, 덩굴옻나무, 망고 등과 관련 있는 피스타치오는 다발로 자란다. |
하지만 어느 생산자나 맛은 성공을 위한 한 가지 기준일 뿐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케르만은 나무당 많은 열매가 열리는 “다수확품종”이며, 케르만 열매는 자연적으로 껍질이 쪼개지는 비율이 높아 쉽게 까서 먹을 수 있다. 또한 케르만은 기후가 지중해 및 중앙아시아와 비슷하고 토질에 붕소와 석회질 함량이 높은 센트럴밸리에서 잘 자란다.
하지만 케르만의 성공에도 어려움은 있었다. 1960년대말에 초기 생산자들은 케르만이 버티쿨리움(Verticullium)이라는 확산 속도가 느린 흔한 뿌리 질병에 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피스타치오 재배에 관심을 둔 두 명의 친구인 치과의사 켄 퍼이어와 농부 콜키 앤더슨은 산 호아킨 밸리 남부에서 치코로 여행하여 오리지널 케르만을 선택한 졸레이를 만났다. 졸레이는 퍼이어와 앤더슨에게 조언을 해주었고 이들은 1969년에 처음으로 나무를 심었다. 그들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 대규모로 피스타치오를 재배하던 한 생산자가 이들의 어린나무를 보러 와서 대량 구매를 제안했고, 다시 돌아와 다음 해에 심을 나무를 비슷한 수만큼 주문했다. 두 사람은 과수원 재배 대신 파이오니어 묘목장을 설립하여 새로운 피스타치오 산업을 위한 묘목을 개발했다.
버티쿨리움 입고병에 대한 조치로 파이오니어 묘목장은 연구 끝에 다양한 품종의 피스타치아 인테게리마와 교배하여 질병에 강한 피스타치아 아틀란티카를 개발하고 파이오니어 골드 1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케르만을 이 종에 눈접하여 1981년에 피스타치오 생산자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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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RILEGIUS / ALAMY(세부) |
1837년에 그려진 식물학 삽화에서 열매 전체 모습, 세로 및 가로 단면, 씨(또는 껍질), 식용 알맹이를 차례로 볼 수 있다. |
원예적으로 조정할 것이 마지막으로 하나 더 남았다. 즉, 케르만 암나무의 극히 짧은 일주일간의 꽃 주기와 생존 주기가 맞는 수분수를 찾는 일이었다. 피스타치오는 곤충이 아닌 바람에 의해 수분이 이루어지며, 상업용 과수원에는 일반적으로 8~24개의 암나무마다 한 개의 수나무가 있다. 피스타치오 수나무인 피터스(원산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르메니아일 가능성이 높음)는 이미 프레스노 지역에서 자라고 있었으며, 케르만 암나무의 꽃 주기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약 2주 동안 많은 양의 꽃가루를 생산한다. 묘목과 수분수 문제가 해결되어 1980년대 초반 즈음엔 새로운 피스타치오 산업에서 품질, 질병 저항성, 많은 수확량 등을 기대할 수 있는 우수한 종의 나무를 얻을 수 있었다.
파이오니어 묘목장을 방문했을 때 관리자 앤디 슈웨이카트는 약 1.25미터(4피트) 높이의 어린나무로 가득한 광활한 면적의 농장을 안내해 주었다. 머리 위에서는 스프링클러가 안개처럼 나무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몇 그루나 될까? 슈웨이카트는 89만 그루 정도로 예상했다. 그리고 모두 “선주문되어 결제가 끝나고 배송 준비가 된 것”이며, “내년 이맘쯤엔 판매용 묘목이 지금보다도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행선지는 새크라멘토에서 북쪽으로 50킬로미터(30마일) 떨어진 욜로 카운티의 듀이 농장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수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피스타치오 나무는 4월에 꽃이 피고, 수확 기간은 9월 초부터 10월 중순이다. 껍질 안에서 열매가 자라면서 딱딱한 껍질이 쪼개지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이 쉽게 먹을 수 있다. (이란에서는 이렇게 자연적으로 껍질이 쪼개져 알맹이 일부가 노출되는 현상을 웃음이라는 뜻의 칸단(khandan)이라고 한다.) 케르만의 경우 자연적으로 껍질이 쪼개지는 비율은 보통 60~75%이다. 나머지 껍질이 쪼개지지 않은 열매는 따로 분류하여 기계로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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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수확철에 듀이 농장 작업자들은 센트럴밸리의 피스타치오 과수원에서 셰이커 기계를 사용하여 하루 24시간 작업하고 0.5톤 상자에 채워 가공 공장으로 운반한다. |
피스타치오 수확엔 강력한 기계식 나무 셰이커를 사용한다. 셰이커가 나무 몸통을 잡고 몇 초 동안 흔든다. 나무가 흔들리면서 천으로 덮인 긴 틀에 열매가 떨어진다. 농장의 전체 작업을 감독하는 해리 듀이는 일찍 성숙한 열매를 위해 우선 가볍게 흔든 다음 나중에 성숙한 열매를 위해 더욱 강하게 흔드는 방법으로 수확이 단계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나무 주위에 피스타치오 열매를 받는 긴 모양의 틀이 비스듬히 있어 열매가 컨베이어 벨트로 굴러가 약 0.5톤의 열매를 담을 수 있는 나무 상자 안으로 떨어지게 된다. 나무 상자는 트럭에 실려 가공 공장으로 운반되며, 수확철에는 24시간 내내 작업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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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는 건조시켜 분류하고, 일부는 소금 간을 하여 볶는다. |
산 호아킨 밸리의 와스코 외곽에 있는 프라이멕스 피스타치오 가공 공장을 방문했다. 프라이멕스처럼 최첨단 시설의 공장은 독점 가공 기능의 기밀을 유지해야 하므로 들어가 사진 촬영 허가를 받는 일이 쉽지 않다. 하지만 3,250평방미터(35,000평방피트)의 공간에 빈틈없는 최첨단 장비를 갖춘 공장에 들어서자 공장 관리인 마크 쉐렐이 안내해주었다.
수확한 피스타치오는 껍질 모양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4시간 이내에 과수원에서 운반하여 겉껍질을 벗기고 건조해야 한다고 마크 쉐렐이 설명했다. 프라이멕스 공장에 도착하면 겉껍질을 제거하고 열매의 수분 함량이 약 30%에서 10%가 되도록 건조한다. 쉐렐은 이렇게 해야 껍질 모양을 보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분 함량이 5~7%가 되도록 추가 건조하는 데 며칠이 걸리며, 이렇게 하면 피스타치오가 “안정화”되어 출하 전까지 저장할 수 있다. 피스타치오는 껍질이 쪼개져 있어 껍질을 벗기지 않고도 소금 간을 하여 볶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하다. 쉐렐은 피스타치오의 약 80%가 이런 방법으로 소비된다고 말한다. 나머지는 기계로 껍질을 제거한 후에 사탕, 제과, 아이스크림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날 것으로 판매하거나 소금 간을 하여 볶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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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타치오는 오래전부터 중동과 지중해 지방에서 달콤한 디저트 음식에 자주 사용되었다.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구운 참깨로 덮은 젤리 과자에 첨가된 피스타치오, 굳힌 젤리형 설탕에 붙인 통 피스타치오, 잘게 잘라 누가에 넣은 피스타치오, 설탕 젤라틴에 넣은 잘게 자른 피스타치오. |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종합해보니, 단일 암나무 품종인 케르만의 상태와 건강 유지를 위한 산업에 10억 달러 규모를 투자한 현명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농부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단일재배”는 엄청난 규모의 해충과 질병이 따를 수 있는 위험한 사업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캘리포니아 피스타치오 위원회와 캘리포니아대학교는 1990년에 공동으로 새로운 피스타치오 품종을 연구했다. 가장 유망한 품종은 칼레가우치이며 이것 역시 원산지가 이란이다.
다시 치코의 버려진 과수원에서 마침내 케르만 나무를 찾았을 때 해가 지기 시작했다. 나무는 살아있었지만, 꽃을 보니 수나무였고 꼬리표에도 그렇게 나타나 있었다. 10열에 서 있었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갑자기 과수원이 끝났다. 앞에는 최근에 일군 듯 보이는 넓고 칙칙한 밭이 펼쳐졌다. 구글 지도의 위성 보기를 인쇄한 지도에서 지금 위치의 바로 동쪽에 두 번째 케르만 나무가 있는 것을 찾았다. 그리고 이번엔 암나무가 거의 확실했다. 밑을 내려다보니 그루터기 주변에 생긴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톱밥이 널려있었다.
손과 무릎을 땅에 대고 어두워지는 빛 아래서 나이테를 세어보았다. 총 82개였다. 2013에서 82를 빼면 1931로, 로이드 졸레이가 최초의 케르만을 심은 연도와 대략 비슷하다. “케르만 어미나무”가 작년에 죽어 필자가 가기 3주 전에 베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죽은 나무의 나뭇가지와 몸통은 근처에 소각할 무더기에 던져졌다. 어미나무는 재가 되었지만 그 후손은 아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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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디저트에서 피스타치오는 아이스크림, 간단한 콘 또는 아몬드 가루, 설탕, 달걀흰자로 만든 프랑스식 마카롱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넣은 고급 샌드위치(오른쪽)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사진: 새크라멘토의 진저 엘리자베스 초콜릿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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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보도 사진가인 에릭 핸슨(ekhansen1@gmail.com)은 Saudi Aramco World에 자주 기고하며, 피스타치오 과수원이 세계 최대 규모로 밀집해 있는 캘리포니아 센트럴밸리에 살고 있다. |